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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이터널 션샤인 - 겨울에 보기 좋은

by 말갛던 2024.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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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1. 줄거리

  조엘(짐 캐리)은 2월의 추운 출근길에 즉흥적으로 몬탁으로 가는 기차를 탄다. 기차 안에서 파란색 머리의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이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조엘은 클레멘타인에게 익숙함을 느끼는데 이유를 알 지 못한다.

  이야기는 다시 과거로 거슬러 간다. 클레멘타인과 오랜 연인 사이였던 조엘이 클레멘타인이 일하는 서점을 방문하지만 클레멘타인은 조엘을 처음 보는 사람인 것처럼 대한다. 이후 조엘은 클레멘타인이 라쿠나라는 회사에서 조엘에 대한 기억을 전부 지웠음을 알게 되고 홧김에 조엘 역시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모두 지우기로 결심한다.

  조엘의 기억은 최근 기억부터 지워지기 시작하는데 기억을 지우는 과정에서 둘 사이의 추억, 다툼, 행복했던 시간 등을 조엘은 다시금 경험하게 된다. 기억이 한창 지워지고 있을 때 조엘은 기억을 지우기로 한 것을 후회한다. 이별했지만 함께 했던 추억의 소중함을 깨닫고, 클레멘타인과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도록 자신 혼자만 아는 기억 속을 클레멘타인과 도망 다닌다. 하지만 결국 클레멘타인의 기억은 다 지워지고 둘은 처음인 것처럼 다시 만난다.


2. 명대사

Please let me keep this memory. Just this one.


But you will! But you will. You know, you will think of things. And I'll get bored with you and feel trapped because that's what happens with me.
- 전에도 그랬으니 서로에게 질릴 거라고 이야기하는 클레멘타인


Okay.
Okay.
- 영화의 마지막 대사. 결말이 어떻든 간에 다시 사랑하고 싶다는 다짐.

 

 

3.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대학교 때 동아리 모임에서였다. 영화가 시작하고 한 십 분 정도 있다가 보게 되었는데 처음 내용도 못 보고 중간도 띄엄띄엄 보다 보니 영화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뭐 이 영화가 그렇게 재밌는지 모르겠다 싶었는데 몇 년 후 집에서 혼자 이 영화를 보게 되었고 그 진가를 알게 되었다. 이 영화는 여러 번 볼수록 더 좋아지는 영화이다. 
  영화의 시작은 조엘(짐 캐리)가 몬탁에서 만나자는 이유를 모를 목소리에 이끌려 잠에서 깨고 갑작스럽게 몬탁으로 가는 겨울 아침을 그리고 있다. 겨울 아침의 출근길. 내가 겪는 상황이라면 결코 기쁘진 않은 느낌이다. 하지만 조엘의 겨울 아침은 왠지 포근하고 설레는, 그러면서도 약간 의뭉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난 아주 추운 겨울에 온수 매트를 튼 따뜻한 침대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이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좋았다. 왠지 모르게 포근해 보이는 조엘의 출근길처럼 그런 느낌이 들었다. 밖은 추운데 내 마음은 따뜻해 지는 그런 느낌. 그래서 이 영화를 본다면 겨울에, 온수매트 안에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영화는 남들은 상상만 하는 것을 실제로 그려내어 보았다. 특정 기억만 어떻게 지울까? 그 지우는 과정은 나한테는 어떻게 보일까? 기억을 지우면 그 익숙함도 지워질까? 등을 멋지게 묘사한 장면들로 영화를 채워나갔다. 특히 배경음악도 정말 좋았다. 앞서 말했던 영화의 첫 시작에 흘러나오는 Theme - Jon Brion의 음악. 이 음악이 없었다면 조엘의 출근길이 그렇게 춥고도 따뜻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을까? 그리고 Beck의 Everybody's got to learn sometime 이 흘러나오며 조엘이 울던 장면 또한 기억에 남는다. 영화를 더 멋지게 만드는 배경음악의 중요성을 여실히 느꼈다.

  이별이 너무 힘들어서 함께했던 추억을 지운다는 생각은, 연인 사이의 관계에서라면 일정 부분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가족 같은 천륜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억을 지우고 싶을 정도로 처절한 사랑을 해보진 못해서 그런 사랑을 한 클레멘타인이 부럽기도 하다. 인생에서 해봐야 할 게 많은데 한 가지를 건너 뛴 느낌이다. 어쨌든 특정 기억만 지워주는 기술이 있다면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나 생각을 해봤다. 그런 기술은 아마 비쌀 텐데 그런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지우고 싶을 만큼 창피한 일도 슬픈 일도 없는 것 같다. 이런 저런 기억들이 모여서 현재의 나를 만든 거니까 기억을 지우는 일은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클레멘타인이 우린 결국 서로에게 다시 질릴 거고 헤어질 수도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는데 조엘은 그래도 괜찮을 거라고 말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해가 된다. 결말이 어떻든 간에 과정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기쁜 일로만 가득 차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질리고 짜증 나는 부분을 감내해야 할 때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기억을 지워봤던 클레멘타인과 조엘이 결국에는 다 괜찮다고 말하는 걸로 봐서는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고, 결별의 아픔도 처절하게 겪는 편이 더 나은 나를 만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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