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를 뽑으라면 주저 없이 엽기적인 그녀를 뽑을 것 같다.
내 기준 완벽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2000년대 초의 풋풋한 인터넷 감성, 매력 있는 남녀주인공, 운명적인 이야기 전개, 왠지 모르게 아련해지는 배경 음악 등 엽기적인 그녀를 봐야 할 이유는 수만가지다.
1. 줄거리
평범한 대학생 견우는 어느 날 지하철에서 술에 취했지만 본인이 꿈꾸던 이상형인 "그녀"를 만난다. 예쁜 얼굴을 했지만 술에 취해 과격한 행동을 반복하는 그녀를 지켜보다가 어쩌다 그녀와 엮이게 된다. 그렇게 알게 된 그녀는 엽기적이었지만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그녀는 왠지 모르게 견우에게 끌리고, 견우 역시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2. 명대사
난 너하고 사귈 생각 없어.
너하고 난 그 어떤 운명적인 느낌이 없잖아?
-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그녀가 견우에게
난 괜찮지만, 잘 모르는 남자 앞에선 성질 조금만 죽여. 남자들은 여자다운 것도 좋아하잖아
나한텐 괜찮지만, 다른 남자한텐 뭐든 한번 져줘 봐. 이기려고 하지 말고. 좋아할 거야
- 소개팅에 나가는 그녀에게 견우가
운명이란 말이야, 노력하는 사람한테는 우연이란 다리를 놓아주는 거야
- 미래의 견우라고 예측되는 나무 할아버지가 현재의 견우에게
술은 절대로 세잔 이상 먹이면 안 되고요, 아무나 패거든요.
그리고 카페 가면 콜라나 주스 마시지 말고, 커피 드세요.
가끔 때리면 안 아파도 아픈 척 하거나, 아파도 안 아픈 척하는 거 좋아해요.
만난 지 백일 되면, 강의실 찾아가서 장미꽃 한 송이 내밀어 보세요. 되게 좋아할 거예요.
검도하고 스쿼시는 꼭 배우세요.
가끔 유치장 가는 것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하고요.
가끔 죽인다고 협박하면,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세요. 그래야 편해요.
그리고 가끔 다리가 아프다고 그러면, 신발도 바꿔 신어 주세요.
마지막으로 쟤, 글 쓰는 거 좋아하거든요... 칭찬 많이 해 주세요.
- 견우가 그녀의 소개팅남에게
3.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이 영화를 보고도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좋아하지 않고는 못 배길 영화다.
이 영화를 처음 본 어린 시절, 나의 이상형은 견우였다.
어렸지만 견우의 매력을 한 눈에 알아봤다. 견우는 일단 순했다. 기본적으로 순한 사람이 주는 편안함이 얼마나 큰지, 영화 속 그녀도 알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녀의 맞선남에게 그녀에 대해 소개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면이 참 따뜻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일목요연하고도 부족함 없이 타인에 대해 설명하려면 평소에 얼마나 그 사람을 생각해 왔던 것일까. 견우는 알게 모르게 그녀에게 깊이 빠졌던 것 같다.
그녀 역시 매력적인 인물이다. 강해 보이지만 첫사랑을 잊지 못한 순애보였고, 견우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떠났던 용기 있는 여자였다. 통통 튀는 매력의 그녀와 있으면 지루할 틈이 없을 것 같다.
그녀와 견우의 데이트는 영화의 제목처럼 너무 신박했다. 유치장에서의 재회, 신발 바꿔 신기, 지하철에서의 뺨 때리기 놀이, 한밤중의 놀이공원 등 일반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할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많다.
견우는 그녀의 귀엽지만 엽기적인 요구를 결국엔 늘 들어주었다.
사랑해서 그랬을까 아니면 타고난 유순함 떄문이었을까.
어쨌든 그런 점들이 그녀로 하여금 견우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주지 않았나 싶다.
특히 여러 가지 요구 중에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녀가 견우에게 본인이 쓴 글을 출판사에 제출해 달라고 하는데 그것을 읽고 토하던 출판사 직원이 기억에 남는다.
결국 글쓰기를 좋아하던 그녀의 꿈은 둘의 이야기를 인터넷에 써서 책으로 출간하게 된 견우가 대신 이루었다. 엽기적인 그녀의 원작자가 실화를 바탕으로 쓴 글이 영화화가 된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견우에게서 죽은 첫사랑의 모습을 보게 되고, 이는 견우에게 못 할 짓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녀는 본인 스스로의 힘으로 죽은 첫사랑을 잊고자 견우를 떠난다. 그녀는 자신의 죽은 애인을 그리워해서 그와 비슷한 견우가 좋아진 건지, 아니면 그냥 견우를 좋아하게 된 건지 헷갈렸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을 보내고, 2년 후 다시 만나자는 견우와의 약속도 지키지 못한다. 그녀는 견우에게 느낀 감정이 사랑임을 깨닫고 견우를 찾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에는 운명처럼 다시 견우와 만나게 된다.
결말 역시 너무 매력적이다. 기승전결이 완벽한 로맨틱코미디 영화.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의 풋풋한 사랑을 아련하게 떠올리고 싶다면 이 영화를 꼭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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